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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전태일 열사 50주기와 노동존중 사회

뉴스다 최광묵 기자 |

전태일 열사의 50주기를 하루 앞둔 지난 12일, 문재인 대통령은 전태일 열사의 동생인 전태삼, 전태리 씨와 전순옥 전 국회의원을 청와대로 초청, 훈장과 부장, 꽃다발을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전태일 열사에게 무궁화 훈장을 추서했는데, 무궁화 훈장은 국민 복지 향상과 국가 발전에 기여한 이에게 수여하는 훈장으로 노동계 인사가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2일, 문재인 대통령은 전태일 열사에게 무궁화 훈장을 수여했다.(사진=청와대)

 

 50년 전으로 시간을 거슬러 지난 1970년 11월 13일. 동대문 평화시장 앞에서 대규모 시위가 계획됐다. 평화시장 노동자들이 주최한 집회였다. 하지만 근로기준법을 준수해 달라는 플래카드는 짓밟혔고, 노동자들은 끌려갔다.

 

그 때 한 청년이 나섰다. 온몸에 휘발유를 끼얹고 직접 자기 몸에 불을 붙여 ‘근로기준법 화형식’을 가졌다. 타들어 가는 근로기준법과 함께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일요일은 쉬게 하라! 노동자들을 혹사하지 말라! 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라고 외쳤다. 그리고 그날 밤 오후 10시, 그는 숨을 거뒀다.

 

       ▲평화시장 전경.

 

자신의 몸을 희생하며 근로기준법의 존재를 알린 청년 전태일. 전태일 열사 50주기를 맞아 서울 종로구에 있는 전태일기념관을 방문했다. 전태일기념관은 지난 2019년 4월 정식 개관했으며, 전태일 열사와 어머니 이소선 여사의 노동운동, 전태일 열사에 관련된 책들이 전시돼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9년 근로자의 날을 맞아 “청계천에서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기념관’ 개관식이 열렸다”며 “격세지감을 느끼고, ‘전태일’이라는 이름을 남몰래 부르던 시절을 지나, 우리는 아이들의 손을 잡고 ‘노동의 숭고함’을 이야기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을 마주 보고 청계천 앞에 건립된 전태일기념관을 둘러보며 왜 그는 죽음을 각오하면서 근로기준법을 지켜달라고 외쳤을까 고민했다. 잠깐 살펴보니 답은 바로 나왔다. 당시 너무도 열악했던 근로 환경 때문이었다.

 

       ▲전태일기념관 속 전태일 열사의 모습.

 

당시 평화시장의 노동 시간은 연간 3000시간에 달했으며, 어린 여공들은 주 98시간 노동에 시달렸다. 지금과 비교해보면 격세지감(隔世之感). 주 98시간은 하루 14시간씩 매일 일해야 채워지는 시간이다. 

 

근로 여건도 좋지 못했다. 닭장과 같은 방에서 매캐한 연기를 들이마시다 보니 폐렴은 기본, 온몸이 아팠다. 이는 시다(재단 보조)로 일했고, 재단사가 돼 시다의 모습을 본 전태일 열사의 일기, 이소선 여사의 구술 기록에 자세히 서술돼 있다.

 

       ▲열악했던 당시 모습을 재현했다.

 

‘하루는 구두를 닦으려 돌아다니던 중 평화시장까지 온 나는 어느 맞춤집에서 시다를 구한다고 써 붙인 것을 보고 다음날 깨끗이 목욕을 한 후 다시 그곳에 갔다.(중략) 한 달 월급 1500원이었다. 하루에 하숙비가 120원인데 일당 50원으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었지만 다니기로 결심을 하고 모자라는 돈은 아침 일찍 여관 손님들의 구두를 닦고 저녁 늦게는 껌과 휴지를 팔아 보충해야 했다.’ -1965년 8월 25일 일기

 

‘그건 아니에요. 공장 한구석에서 잠을 자는 어린 시다들이 밤잠을 제대로 못 자는지 매일 오전 시간만 되면 꾸벅꾸벅 졸면서 작업들을 하잖아요. 너무 불쌍하기도 하고. 시다들의 배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나길래 제가 풀빵 30개를 사서 여섯 명에게 골고루 나누어 주었더니 작업장 분위기가 훨씬 좋아지면서 오전 시간에는 거뜬히 일들을 해내더라고요. 그래서 집에 올 때 차비가 없어서 걸어오느라 파출소에서 잤던 거예요.’ -2006년, 이소선 여사 구술 기록

 

       ▲풀빵 나눔에 대해 말한 이소선 여사의 육성 증언.

 

영원한 노동자의 벗인 전태일 열사. 정부는 전태일 열사가 원했던 노동존중 사회를 받들어, 핵심 국정기조로 ‘노동존중 사회’를 표방하고 있다. 

 

2018년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됨에 따라 감정노동자들을 보호했다. 무차별 폭언과 성적인 언어 폭력 등에서 고통받던 감정노동자에겐 가뭄의 단비와도 같았다. 

 

올해 산업안전보건법은 다시 개정됐다. 이번에는 산업체에서 현장실습을 받고 있는 현장실습생

들의 안전을 근로자와 같은 수준으로 보호하도록 법에 명시했다.

 

        ▲전태일 평전.

 

아울러 근로 시간을 주 52시간으로 단축했다. OCED 국가 중 멕시코 다음으로 근로 시간이 길었던 우리나라. 기본 최대 근무 40시간에 최대 연장 근무 12시간을 더해 최대 52시간만 근로할 수 있도록 명시해 오는 2023년부터는 특례업종인 운송업과 보건업을 제외한 모든 직종과 기업에서 이를 지켜야 한다.

 

전태일 열사 50주기다. 50주기를 하루 앞둔 12일, 택배 분류 인프라 구축을 지원하고 산재보험과 고용보험 안전망을 보강하겠다는 ‘택배기사 과로사 대책’처럼, 코로나19라는 상황 속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이 정책에 긍정적으로 반영됐으면 좋겠다.

 

[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www.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