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다 김지연 기자 | JTBC 토일드라마 ‘백번의 추억’(극본 양희승·김보람, 연출 김상호, 제작 SLL) 김다미, 신예은, 허남준, 그리고 김정현이 캐릭터 맛집을 탄생시켰다. 인물의 결을 생생하게 살려내는 양희승 작가의 대본에서 소환된 1980년대 다채로운 청춘의 얼굴을 배우들이 반짝반짝 찬란한 연기로 소화해낸 것이다.
먼저, 모범 안내양 ‘고영례’는 귀여운 사랑스러움과 긍정 에너지를 보유한 김다미를 만나 시너지를 터뜨렸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버스 안내양으로 고된 일을 하면서도 대학에 진학해 선생님이 되고 싶은 꿈을 이루기 위해 주경야독에 매진하고 각종 자격증까지 섭렵했다는 점은 현재의 ‘갓생’ 청춘을 보는 듯했다.
반면 무임 승차 승객은 끝까지 쫓고, 동료들의 집단 설사를 유발한 범인을 찾아 단짝 서종희(신예은)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숙자(이다빛나)의 가방에서 나온 약을 직접 먹어 몸으로 입증하는 등의 ‘은또’(은근한 또라이) 기질은 웃음벨을 눌렀다. ‘자이언트 수건남’ 한재필(허남준)에게 첫눈에 반해 가슴을 콩닥였던 순수함엔 함께 설렜다.
거스를 것 없는 당찬 매력을 가진 신예은은 시대를 앞서간 ‘본투비 걸크러시 ‘서종희’를 만나 연기 내공을 유감없이 선보였다. 기숙사에 파란을 일으킨 기죽지 않는 성격, 그리고 억울한 누명을 벗는 조건으로 독재자 권해자(이민지)에게 마사지시키기 금지를 내건 의리는 ‘멋짐’을 폭발시켰다.
단짝 영례가 엄마(이정은)의 사고로 돈이 필요해지자, 사연이 있는 듯한 꽁꽁 숨겼던 거액을 성큼 내놓고, 영례의 마음이 불편할까봐 “나중에 선생님 월급으로 갚아라. 너는 나에게 더 큰 행복을 줬다”고 고백하는 속 깊은 배려는 어른스러웠다. 시청자들이 벌써부터 그녀를 ‘워너비 친구’라고 호응을 보내는 이유였다.
한재필의 ‘반항’이란 청춘을 대표하는 키워드는 허남준의 ‘테토력’ 넘치는 매력을 만나 날개를 달았다.
동인백화점 아들로 타고난 금수저에 딱 봐도 부잣집 아들내미 티 나는 외모까지, 재필은 동급생들 사이에서 ‘백마 탄 왕자새끼’라는 시기 어린 닉네임으로 불릴 만큼 다 가진 것 같은 청춘. 하지만 엄마를 잃은 상처와 권위적인 아버지 한기복(윤제문)에 대한 원망으로 질풍노도를 겪으며 항상 날을 세웠다.
그런데 여동생 세리(오은서) 앞에서는 무장해제된 오빠의 다정함과, 위협을 받던 영례를 구해주더니 다친 손에 손수건을 감싸주는 마음씨의 반전은 여심을 강렬히 흔들었다. 영례와 종희 사이에서 운명적 ‘너’를 만난 재필이 첫사랑의 아이콘으로 등극할 것이란 예감이 드는 순간이었다.
여기에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청춘이 있다. 바로 김정현이 연기하는 오빠 친구 ‘정현’이다. 영례 오빠 ‘고영식’(전성우)의 법대 동기로 자유로운 영혼인 그는 영례네 집에 자주 드나들며 밥 먹는 걸 좋아하는 인물.
그런데 그 이유가 바로 영례 때문이란 느낌을 강하게 풍겼다. 영례만 보면 “못생겼다”고 짓궂게 놀리는데, 야간학교 지원한 딸을 돈 든다고 나무라는 영례모 앞에서 영례 편을 들어주고, 그녀 앞에 계란 말이 반찬을 놓아주는 등 누가 봐도 좋아하는 마음이 드러난 것.
김정현이 장꾸미와 다정한 생명력을 불어넣어 더 매력적인, 언제든 영례에게 기꺼이 힘이 될 준비가 된 ‘키다리 오빠’ 정현의 따스한 활약이 궁금해진다.
‘백번의 추억’은 매주 토요일 밤 10시 40분, 일요일 밤 10시 30분 JTBC에서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