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다 최광묵 기자 | 서울시립미술관은 김성환 작가의 대규모 개인전《Ua a‘o ‘ia ‘o ia e ia 우아 아오 이아 오 이아 에 이아》를 12월 19일부터 2025년 3월 30일까지 서소문본관 2, 3층에서 개최한다.
하와이어와 한국어 표음을 병치한 전시 제목 《Ua a‘o ‘ia ‘o ia e ia 우아 아오 이아 오 이아 에 이아》(그가 그에게 배웠다. 배웠다. 그에 의해 가르침을)는 작품의 주된 배경이 된 하와이가 의미하는 바와 넓게는 앎의 대상에 접근하는 작가의 방식을 내포한다.
이번 전시는 하와이와 뉴욕에 기반을 두고 국제적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김성환(1975) 작가의 국내 국공립미술관 첫 대규모 개인전이다.
김성환 작가는 건축, 영화, 음악, 문학 등 다양한 요소를 활용하여 사회적 구조와 그 안에 내재된 기억, 역사, 심리적 흔적의 관계를 탐구하는 작업을 선보여 왔으며, 테이트 모던 ‘더 탱크스(The Tanks)’ 개관전(2012)과 뉴욕현대미술관(MoMA, 2021), 반아베미술관(2023/2024) 등 세계 유수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이번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이 개최해 온 동시대 한국미술 대표작가 연례전(2021년 이불, 2022년 정서영, 2023년 구본창)의 일환이다.
제도와 지식의 관계를 탐구하는 이번 전시는 작가의 작품 세계를 심층적으로 조명하며, 작가가 2017년부터 천착해 온 다중 연구 연작 '표해록'을 중심으로 디자인, 평면, 설치, 영상 등 김성환 작가 특유의 시각 언어를 담은 다채로운 신작들로 구성된다.
'표해록(A Record of Drifting Across the Sea)'(2017~)은 20세기 초 구 조선에서 ‘하와이'를 거쳐 미국으로 이주한 한인 이민자들의 이야기에서 출발해 태평양을 횡단한 많은 초기 이민자들의 서사를 다방향으로 직조하여, 경계, 전통, 기록, 소유와 유통 등 앎을 둘러싼 여러 논제들을 통해 제도와 앎의 관계를 탐구하는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2021년 광주비엔날레 GB커미션을 통해 처음 대중에 소개된 후 2022년 하와이 트리엔날레 《Pacific Century–E ho‘omau no moananuiākea(태평양의 세기–모아나누이아케아를 지키며 이어가다)》와 부산비엔날레 《물결 위 우리》, 2023년 네덜란드 반아베미술관 개인전 《Protected by roof and right-hand muscles》과 2024년 독일 ZKM 순회전(11월 23일 개막)을 통해 확장과 변주를 이어오고 있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개최되는 이번 전시는 '표해록'의 세 번째 챕터에 해당한다.
이번 전시는 새로운 전시의 문법을 구사한다. 전시 기간 동안 변화하는 구성을 통해 앎의 형성에 작용하는 몸과 정보의 관계에 주목한다. 작가의 편집실이자 스튜디오와도 같은 전시장(Room 2)에서 관람객은 완성된 장면의 감상자에서 한 개인(작가)의 사유가 앎(작품)으로 형성되는 과정의 목격자인 동시에 앎의 생산을 돕는 행위자가 된다.
'표해록'의 세 번째 신작 비디오 설치 '무제'(2024)는 미완결의 현재진행형인 채로 공개되며 작가가 2월 중순부터 3월까지 전시장에 상주하며 워크숍 등 다양한 창제작자들과 함께 작품을 완성할 예정이다.
또한, 작가는 “전시는 일방적인 발표의 장이 아니라, 상대의 눈을 보며 대화하는 곳”이라고 말한다. 이와 같이 전시가 진행되면서 작품과 정보가 갱신되고, 제작 과정이 노출 및 공유됨으로써 관객은 완성된 장면의 감상자에서 한 개인(작가)의 사유가 앎(작품)으로 형성되는 과정의 목격자인 동시에 창작 과정에 개입하는 행위자가 된다.
뿐만 아니라, '표해록' 연작을 통해 발표된 두 편의 비디오 작품인 '머리는 머리의 부분'(2021)과 국내에 최초 공개되는 'By Mary Jo Freshley 프레실리에 의(依)해'(2023)는 오직 2025년 2월부터 3월 초까지 마련된 스크리닝 프로그램을 통해서만 감상할 수 있다.
또한, 다채로운 전시 연계 프로그램과 출판물을 통해 관람객들의 ‘앎에 대한 고찰’을 자극하고자 한다.
역사학자 정병준, 미술사학자 목수현, 미디어 역사학자 이용우가 이끄는 강연 프로그램을 통해 김성환 작가의 작품과 그것이 배경 삼은 역사와 문화를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 외에도 어린이, 청소년 및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모든 프로그램은 사전 신청을 통해 참여할 수 있다.
전시장에는 출판물 『레슨북-Room 3』(가칭)이 제공된다. 작가가'표해록'을 구성하는 방식, 즉 역사를 사고하는 방식을 출판의 형태로 제시한다. 또한, 이 출판물은 2025년 4월에 발간될 책의 한 부분이기도 하다.
최은주 서울시립미술관장은 “국내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어려웠던 작가의 첫 미술관 대규모 개인전이기에 그 의미가 남다르다. 과감한 전시 디자인과 다채로운 신작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관람객들로 하여금 새로운 형태의 전시를 만나는 경험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다양한 힘이 교차했던 20세기의 역사를 제도와 앎의 형성 관계 속에서 다시 검토하는 일련의 작품들은 동시대 미술관이 지식 생산과 유통, 순환의 장소로서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질문하며, 동시대 미술관의 역할을 재고하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김성환 작가는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서울시립미술관’이라는 장소적 맥락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구한말 때부터 이미 서울시립미술관이 위치한 정동 일대는 정치외교의 요충지였으며, 특히 미술관은 일제와 군사독재시대에 많은 부당한 판결이 이루어진 법원으로서 역사의 증물이자 증인이라 할 수 있다. 미술관의 주요 역할은 역사의 물질적 기록과 소장이기에 문화와 역사의 밀접한 관계를 인식하면서 이 전시를 만들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