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다 최광묵 기자 | 하얀 담장을 따라 걷던 발걸음이 멈추는 순간, 잔잔한 바이올린 선율이 경기전의 고요한 시간 위에 내려앉는다. 한옥과 양옥, 전통과 현재가 공존하는 전주 한옥마을 골목 어귀에서, ‘하얀양옥집’은 지난 1년간 누구보다 뜨겁게 예술을 품고, 조용히 도민의 일상 속으로 스며들었다. 이곳은 더 이상 누군가의 관사가 아니라, 모두의 이야기가 피어나는 문화의 집이다.
전북특별자치도는 7월 1일 하얀양옥집 개관 1주년을 기념해 ‘홈커밍데이’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는 전주시 한옥마을 안쪽, 옛 관사 자리에서 열렸으며, 김관영 도지사를 비롯해 전시에 참여한 예술인과 도민, 문화관광재단 관계자 등 50여 명이 함께하며 문화와 시간이 녹아든 공간에서 따뜻한 대화를 나눴다.
하얀양옥집은 1995년 민선 1기인 유종근 지사부터 2022년 민선 7기 송하진 지사에 이르기까지 27년 동안 역대 도지사들의 거처였다. 2022년 민선 8기 출범과 함께 김관영 도지사는 관사를 도민에게 돌려주겠다고 약속했고, 그 약속은 2024년 5월 21일 문화공간의 문을 열며 현실이 됐다. 그 이후로 이곳은 ‘누구든 예술가가 될 수 있는 집’, ‘모두의 기억을 담는 공간’으로 살아 숨 쉬어왔다.
가장 눈부셨던 순간들은 거창한 무대나 유명인의 출연이 아니었다. 완주 고산 화정마을 할머니가 그린 꽃그림, 고사리손 어린이의 그림일기, 생애 처음으로 무대에 선 청년 예술인의 연주. 그 순간들이 이 공간을 특별하게 만들었다. SNS에는 ‘우리 엄마 전시 중’, ‘내 아이 작품, 하얀양옥집에 걸렸어요’ 같은 해시태그가 쏟아졌다. 문화는 거창한 것이 아니라, 삶 속에서 피어나는 소박한 감동임을 증명해줬다.
전북자치도는 그간 참여해 온 도민 예술가들과의 만남을 통해 전시의 의미를 되새기고, 앞으로 하얀양옥집이 걸어갈 길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특히 김관영 도지사 취임 3주년과 공간 개관 1주년이 맞물리며, ‘관사에서 문화공간으로’라는 전환이 단순한 건물 리모델링이 아닌 전북자치도의 문화철학을 반영한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제 하얀양옥집은 단순한 전시장이 아니라, 전북이 추진하는 ‘문화올림픽’의 마중물이자, 일상의 예술이 흐르는 실험장이 되고 있다. 문화와 관광이 하나로 연결되는 이 공간은 해마다 새로운 이야기와 예술로 도민을 맞이하고 있다.
7월 1일부터는 발달장애 예술인의 감성을 담은 회화작품 전시 ‘같을 수도, 다를 수도 있지’가 36일간 펼쳐진다. 이 밖에도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추모전, 일본 가나자와 전통공예 교류전, 인구소멸 지역 주민 작품전 등 사람의 삶과 기억을 닮은 전시들이 이어질 예정이다.
김관영 도지사는 “‘하얀양옥집’은 도민과 맺은 약속이자, 문화가 일상이 되고 예술이 공유되는 상징”이라며 “도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와 참여가 전북의 문화올림픽을 향한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하얀양옥집에는 개소 이후 1년이 지나는 동안 8만 여명의 방문객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