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다 최광묵 기자 |
대한민국의 대선에서 주요 정당과 소수 정당 간의 선거 비용 격차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 격차는 민주주의의 본질을 위협하며, 유권자들에게 공정한 선택의 기회를 제한하고 있다. 선거 비용의 불균형은 단순한 재정적 문제를 넘어, 정치적 다양성과 정책 경쟁의 실종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통령 선거는 국가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대한 과정이다. 그러나 매번 반복되는 '돈 선거' 논란은 우리 민주주의의 건강성을 위협하는 그림자로 지적되고 있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선거비용 제한액과 보전 제도가 마련되어 있지만, 현실에서는 여전히 막대한 자금력이 선거 결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주요 정당의 대선 후보들은 통상적으로 법정 선거비용 제한액에 육박하는 금액을 지출한다. 제21대 대통령선거의 경우, 선거비용 제한액은 약 588억 5천여만 원으로 책정되었다. 거대 정당들은 조직력과 인력을 바탕으로 전국적인 유세 활동, 대규모 홍보물 제작, 방송 및 신문 광고, 여론조사 등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한다. 실제로 지난 20대 대통령선거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약 487억 원,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약 425억 원을 지출하며 법정 제한액의 80~90% 이상을 사용했다.
이들은 당비, 후원금, 선거 보조금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며, 사실상 선거 운동의 모든 영역에서 자금력을 기반으로 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반면, 소수 정당의 대선 후보들은 주요 정당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한 재정 상황 속에서 선거를 치른다. 이들은 수백억 원은커녕, 수십억 원에서 많게는 100억 원 미만의 예산으로 대선 레이스를 완주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최근 대선에 출마했던 한 소수 정당 후보는 약 30억 원 수준의 선거 비용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주요 정당 후보들이 지출하는 금액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자금 부족으로 인해 유세차 운영, 대규모 현수막 설치, TV 광고 등 기본적인 선거운동조차 제대로 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다. 이들은 주로 SNS, 유튜브 등 온라인 채널을 활용하거나, '맨몸 유세'와 같은 저비용 고효율 전략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선거 비용 격차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심각한 문제들을 야기한다. 첫째, 공정 경쟁 저해다. 막대한 자금력은 후보자의 인지도와 메시지 전달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주요 정당 후보들은 대중에게 자신을 알리고 정책을 홍보할 수 있는 다양한 수단을 동원할 수 있는 반면, 소수 정당 후보들은 유권자에게 접근할 기회조차 얻기 어렵다. 이는 실질적인 공정 경쟁을 저해하고, 유권자의 합리적인 선택을 방해한다.
둘째, 정책 경쟁 실종이다. 선거 비용의 격차는 정책 대결보다는 이미지와 인지도 싸움으로 선거의 본질을 변질시킨다. 소수 정당이 아무리 좋은 정책을 내놓아도 이를 유권자에게 효과적으로 알릴 재정적 여력이 부족하다면, 정책 경쟁은 의미를 잃게 된다. 셋째, 정치적 다양성 축소다. 자금력의 한계는 소수 정당의 성장을 가로막고, 결국 유권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정치적 스펙트럼을 좁힌다. 이는 다양한 사회적 요구와 목소리가 정치 과정에 반영되기 어렵게 만들며, 민주주의의 다양성을 훼손한다.
마지막으로, 선거 공영제 취지 퇴색이다. 선거 공영제는 후보자 간의 재정적 불균형을 해소하고 공정한 선거를 보장하기 위해 도입되었다. 그러나 현재의 선거비용 보전 기준은 소수 정당에게는 여전히 높은 문턱이다. 낮은 득표율로 인해 선거 비용을 보전받지 못하면, 이는 곧 정당의 재정적 파탄으로 이어져 정치 활동을 지속하기 어렵게 만든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건강한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 선거비용 보전 기준 완화가 필요하다. 소수 정당의 현실을 고려하여 선거비용 보전 기준 득표율을 낮추거나, 보전율을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둘째, 미디어 노출 기회 확대가 필요하다. 공영 방송을 통한 후보자 토론회 및 합동 연설회 기회를 확대하고, 소수 정당 후보에게도 공정한 미디어 노출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셋째, 정치 후원금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소액 다수의 후원을 유도하고, 투명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치 후원금 제도를 개선하여 소수 정당의 자금 조달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넷째, 선거운동 방식의 다양화 및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 비용이 적게 드는 선거운동 방식을 장려하고, 불필요한 규제를 완화하여 소수 정당도 창의적인 선거운동을 펼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선은 단순히 한 명의 지도자를 뽑는 것을 넘어,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가치와 비전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주요 정당과 소수 정당의 선거 비용 격차 해소는 더 많은 목소리가 정치에 반영되고, 유권자들이 더욱 폭넓고 심도 있는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민주주의 발전의 중요한 과제다. "정치의 다양성이 보장되어야 진정한 민주주의가 실현될 수 있다."